네 입술의 까슬함과 도드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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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젓가락
어느 순간부터, 내 가방에는 플라스틱 젓가락이 들어 있다.
깨지지 않는 컵도 하나 들어 있다.

일회용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요새 들어 이래저래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 젓가락을 만드는 방법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

중국에서 대부분이 생산되고 있는 이 나무 젓가락은,
나무를 모양대로 잘라서,
표백 등을 위해 온갖 화학약품을 가득 탄 물에 넣고 한참을 끓인단다.
그리고는 그걸 건조기에 넣고 건조를 시키는데
마찬가지로 표백을 위해 하얀 가루(뭔지는 모른단다)를 뿌린 상태로 건조를 시키고
건조된 젓가락을 다른 세척의 과정 없이 그대로 봉투에 담는 거란다.

그래서 생명력이 강한 물고기가 살고 있는 어항에 나무 젓가락을 깔아 두면
물고기들이 머지 않아 죽어버린다고.

한참 전에 컵라면 용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그토록 생소했던 환경 호르몬.
그런 이유로 많은 컵라면 용기들이 종이로 바뀌었고,
컵라면 자체의 유해함을 떠나
용기의 재질 여부에 따라 건강한 컵라면인지를 얘기하게 되었다.

가끔 밤을 새며 작업을 할 때, 의도치 않게 컵라면을 먹게 될 때가 있는데
내가 쓰고 있는 플라스틱 젓가락 덕분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컵라면 자체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 지를 떠나서.
어리석기 그지 없다.




덧. 그나저나 한 동안 못 들어온 사이,
이리도 급증하신 스팸 트랙백.
대단들 하다.

스팸 글 덕에 방명록을 볼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다.
아래글을 포함, 글 두 개 쓰는 사이에 스팸 트랙백이 두 개나 는다.
대단하다.



part time vegetarian

사람들에게 왜 육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되는 걸까.

고기를 먹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
당근은 안 먹어요, 양파 싫어해요, 콩이나 팥은 먹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것과
왜 그 무게가 다른 걸까.

콩을 먹지 않는다며 밥에서 콩을 가려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콩 몸에 좋으니까 먹어 보도록 해' 하는 정도의 참견을 할 뿐이면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라 들어 꼬치꼬치 캐 묻는 이유는 뭘까.
왜 안 먹어요? 하는 달갑지 않지만 항상 듣게 되는 질문부터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하는 고기사랑에 동참하지 않음을 탓하는 말을 거쳐
다이어트 해요? 하는 나의 금육의 원인으로는 가장 적절해 보이는 질문은 물론,
어째서!!! 라는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는 일그러진 눈빛까지.

비록 나의 채식이 part time이긴 하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식생활에 대한 불쾌한 반응들이 가끔 나를 지치게 한다.

그저 양파 싫어해서 먹지 않는 사람쯤으로,
익힌 당근은 골라내는 사람쯤으로,
양파나 파 종류는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쯤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저녁으로 뭘 시킬까, 메뉴판을 두고 고민하던 중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 집은 돈까스가 맛있네, 돈까스 덮밥이 맛있네, 추천을 한다.
아무 말 없이, 그럼... 알밥 먹을래요, 라고 했더니
추천 기껏 해 줬더니 엉뚱한 걸 고른다고 난리다.
귀찮았지만, 저 돈까스 못 먹어요, 했더니 돼지고기를 못 먹느냐고 묻길래
네, 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을 화제로 대화가 꽃 핀다.

아- 싫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하나.







투덜투덜

코벤트리의 그 길을 걷고 싶다.
잔디에 누워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리아와 티격거리면서, 댄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사라와 미친 짓을 하면서, 저스틴을 간질면서, 필릭스를 놀려대면서.

싱거홀 바로 뒤에 있다는 동물원은 끝내 가보지 못했다.
백조 호수에서 사브리나와의 사진 촬영은 결국 무산되었다.

에스프레소를 받아들고 분수대에 뛰어드는 바보짓은,
휠체어를 무기로 클럽에 무단 입장한 후 무대에서 흔들며 노는 짓은,
주말마다 스투던트 런치를 갈취하는 짓은,
2미터 수영장에서 바보처럼 잠수만 하는 짓은,
자주 있지도 않았던 맑고 화창한 날과 겹쳐서 떠오른다.
힘들고 지치는 시기에는, 저 여유있고 나른한 날들의 기억이 물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퍼져오른다.
이런 시기에는, 농담 툭, 던지며.
영화 보러 가자, 라고 말해 줄 필릭스가,
클럽 가자, 라고 말해 줄 찰리가,
맛있는 거 해줘, 라고 말해 줄 리아가,
너 미쳤지? 라고 말해 줄 사라가,
나랑 결혼해 줘, 라고 말해 줄 댄이,
오늘 한 대 할까? 라고 말해 줄 아크말이,
포커 치러 와, 라고 말해 줄 저스틴이,
존우범! 하며 엉덩이를 쓰다듬을 릭이,
놀러 가자! 라고 말해 줄 위니가,
니가 제일 싫어, 라고 말해 줄 첸치가,
멀리 떠나자, 라고 말해 줄 사브리나가,
심심해! 하며 앵길 레나가 그립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게도,
미쳐 버릴 것 같은 나를 다잡아 주는 사람이 있다.
정말 미쳐버렸을 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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